건강 일반

콜레스테롤 — 범인인가, 소방관인가 ?

서인근 박사 2026. 5. 20. 14:59

콜레스테롤은 범인인가, 소방관인가

비주류 심장학자들이 말하는 또 하나의 시각

"콜레스테롤이 높은 것은 몸이 무엇인가를 수리하기 위해 스스로 올린 결과일 수 있다." 이 발상은 인터넷 어느 익명 글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의학계 안에서 평생을 이 주제로 살아온 의사들이 자기 임상 경험과 논문 검토를 토대로 일관되게 펴 온 견해다. 동의 여부는 독자의 몫이지만, "이런 시각도 존재한다" 는 사실 자체는 알 권리에 속한다.

앞선 글 「LDL 콜레스테롤,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에서 LDL의 기본 개념과 균형 잡힌 해석을 다뤘다. 이 글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주류 콜레스테롤 가설 자체에 의문을 제기해 온* 의사들의 시각을 정리한다.

1. 콜레스테롤 가설의 위치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가

지난 60여 년의 심장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LDL이 높을수록 동맥경화 위험이 높다. 따라서 LDL은 낮을수록 좋다."

이 명제는 무수한 임상시험·유전학 연구·약물 개발의 토대였고, 스타틴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 중 하나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명제 자체는평균적인 인구 집단에서상당히 잘 검증되어 있다.

그러나 다음 질문들은 의학계 안에서도 여전히 활발한 논쟁의 대상이다.

    LDL이 동맥경화의 *원인*인가, 아니면 *결과·표지*에 가까운가?

    스타틴의 효과는 LDL 강하 때문인가, 다른 다면 효과(pleiotropic effects, 약물 본래의 목적 외에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추가 효과: 항염증, 혈관 내피 안정화)에서 오는 것인가?

    평생 LDL을 낮추는 것이 모든 연령·모든 상황에서 이득인가?

    동맥경화의 진짜 1차 변수는 LDL인가, 아니면 혈관 내피 손상과 만성 염증인가?

이 질문들에 *주류와 다른 답을 내놓는* 의사·연구자들이 있다. 소수이지만 무게 있는 임상 경험과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고, 동료들로부터 격렬한 반박을 받으면서도 견해를 유지해 왔다.

2. 핵심 발상 — "콜레스테롤은 범인이 아니라 소방관이다"

비주류 진영의 공통 명제는 이렇다.

"동맥경화의 시작은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혈관 내피의 손상이다. 콜레스테롤은 그 손상 부위를 메우러 출동한 수리 물질이다. 화재 현장에 소방관이 많이 모여 있다고 해서, 그 소방관이 불을 낸 것은 아니다."

이 논리를 따라가면 결론도 달라진다.

    주류 시각: LDL이 높다 → LDL을 낮추면 동맥경화 줄어든다

    비주류 시각: LDL이 높다 → "왜 높아졌는가" 를 찾아 *근본 원인*(내피 손상, 만성 염증, 산화 스트레스, 인슐린 저항성)을 해결해야 한다

두 시각은 결과적으로 다른 행동을 권한다. 주류는 *약물로 직접 낮추기*, 비주류는 *근본 원인 해결로 자연 정상화*를 권한다. 이 차이가 환자의 삶을 바꿔놓는다.

3. 대표 인물비주류 심장학의 세 얼굴

아래는 이 진영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세 사람의 소개다. 어느 한 사람의 주장을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시각을 가진 이런 사람들이 있다"* 는 사실 자체를 정리한 것이다.

 

말콤 켄드릭 (Malcolm Kendrick)   · 영국 일반의(GP, General Practitioner — 영국에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가정의), 30년 경력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아니다. 진짜 원인은 혈관 내피 손상이다."
주요 저서·활동: The Great Cholesterol Con(2007), A Statin Nation(2017), The Clot Thickens(2021)
스코틀랜드 출신 일반의. 콜레스테롤 가설을 정면 반박하는 가장 대중적인 저자 중 한 명이다. 그의 핵심 주장은 동맥경화의 시작이 LDL의 혈관벽 침투가 아니라 미세 혈전(microclot, 아주 작은 혈전피떡)과 혈관 내피 손상이며, 콜레스테롤은 그 손상을 봉합하기 위해 모이는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스타틴의 부작용(근육통, 인지 저하, 당뇨 위험 증가)을 강하게 부각하는 입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료 학계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지만, 영국 일반의 임상 현장에서 그의 책은 비공식적 영향력이 상당하다.

 

우페 라븐스코프 (Uffe Ravnskov)   · 스웨덴 의사·연구자, 1934–2023
"콜레스테롤 가설은 통계적으로 빈약한 토대 위에 세워졌다."
주요 저서·활동: The Cholesterol Myths(2000), Ignore the Awkward!(2010), THINCS 설립자
덴마크 출생 스웨덴 의사. 50년 이상 콜레스테롤 가설을 비판해 온 인물로, 2003년 국제 콜레스테롤 회의론자 네트워크(THINCS, The International Network of Cholesterol Skeptics) 를 창립했다. 그의 비판은 임상 의견보다는 *통계 방법론* 차원에 있다. 즉 콜레스테롤과 심혈관 사망의 상관을 보여주는 코호트 연구(cohort study, 특정 집단을 오랜 기간 추적해서 결과를 관찰하는 연구 방식)들이 교란 변수 조정, 후속 추적 기간, 노인 그룹 분석 등에서 일관되지 않으며, 특히 *고령층에서는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낮은 역설* 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고 주장했다. 사망 후에도 THINCS 네트워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드와이트 룬델 (Dwight Lundell)   · 미국 심장흉부외과 전문의, 25년 경력
"수술실에서 5천 명의 가슴을 열어 본 외과의로서 말한다동맥의 진짜 적은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염증이다."
주요 저서·활동: The Cure for Heart Disease(2007), The Great Cholesterol Lie(2009)
미국 애리조나에서 활동한 심장흉부외과의. 5,000례의 관상동맥 우회술(CABG, Coronary Artery Bypass Graft — 막힌 심장 혈관을 우회시켜 혈류를 회복시키는 큰 수술)을 집도한 임상의로서, 후기 경력에서 *"수술 현장에서 본 동맥의 모습은 콜레스테롤 가설로 설명되지 않았다"* 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의 핵심 메시지는 동맥경화의 진짜 동력이 *만성 염증* 이며, 그 염증의 주요 자극원은 고탄수화물 식이·트랜스지방·정제 식물성 기름·고혈당이라는 것. "외과의가 직접 손으로 만져 본 동맥" 이라는 1인칭 임상 권위로 대중적 호소력이 크다. 다만 그는 의료 면허 문제로 학계에서 논란을 겪었으며, 이 점은 인용 시 함께 짚어 두어야 공정하다.

4. 이들의 공통 논거는 무엇인가

세 사람의 강조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다음 다섯 가지 핵심 논거를 공유한다.

원인-결과의 방향 문제

상관관계는 인과를 입증하지 않는다. 동맥경화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이, 콜레스테롤이 원인이라는 증명은 아니다. 화재 현장에 소방관이 많다고 소방관이 불을 낸 것이 아니다.

고령층의 콜레스테롤 역설

여러 코호트 연구에서 65~75세 이상 그룹은 *콜레스테롤이 높을수록 전체 사망률이 낮은* 패턴이 반복 관찰된다(특히 호놀룰루 심장 연구, 라이덴 85+ 연구 등). 주류는 이것을 역인과(병으로 인한 LDL 감소)로 설명하지만, 비주류는 콜레스테롤이 노년기 면역·세포막·호르몬 합성에 능동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스타틴 효과의 출처

스타틴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비주류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 효과가 *LDL 강하* 자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항염증·내피 안정화* 같은 다면 효과(pleiotropic effects)에서 오는 것이라면, "LDL을 낮춰야 한다" 는 결론은 약해진다.

실제로 일부 의사들 자신이 스타틴의 잠재적 부작용을 우려해 본인 혹은 가족에게는 적극 권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인터넷과 임상 현장에서 적지 않게 들린다. *약간 높은 LDL 수치* 에 대해서는 약물의 이득이 부작용을 정말 압도하는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일부 임상의 사이에서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만성 염증이 더 근본 변수

동맥경화 플라크는 단순한 콜레스테롤 침착이 아니라 *만성 염증성 병변* 이다. CRP(C-반응성 단백질, 염증이 있을 때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로 혈액 검사로 측정), IL-6(인터루킨-6, 대표적 염증 신호물질) 같은 염증 표지자들이 LDL보다 심혈관 위험을 더 잘 예측한다는 데이터도 누적되고 있다(특히 JUPITER 연구 — LDL은 정상인데 hs-CRP가 높은 사람을 대상으로 스타틴 효과를 본 대규모 임상시험). 그렇다면 1차 치료 표적은 LDL이 아니라 염증이어야 한다는 논리다.

식이 콜레스테롤의 음성 피드백

이건 비주류만의 주장이 아니라 확립된 생리학이다.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은 약 70~80%가 간에서 자체 합성되며, 음식으로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오면 *간이 합성을 줄인다.* 미국 식이 가이드라인은 2015년에 "하루 300mg 이하" 권고를 공식 폐기했다. 비주류는 이 점을 들어 *"식이 콜레스테롤 공포는 과학적 근거가 약했다"* 고 주장한다.

5. "더 먹어서 내린다" — 발열 비유의 한계

일부 독자가 떠올릴 발상이 있다. *"감기에 걸려 발열할 때 오히려 더 따뜻하게 해서 낫게 하듯,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콜레스테롤을 더 먹어서 자연스럽게 내리는 시도는 가능한가?"*

이 발상은 흥미롭지만, 정식 임상시험으로 검증된 적은 없다. 이유는 세 가지다.

    효과의 개인차: 식이 콜레스테롤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25%의 사람은 식이 콜레스테롤을 늘리면 혈중 LDL *오히려 올라간다*(이른바 hyper-responder, "과민 반응자"). 일률 적용이 어렵다.

    단일 변수 실험의 어려움: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음식(달걀, , 새우, 동물성 지방)은 동시에 포화지방·칼로리·다른 영양소 변화를 동반한다. 깔끔한 분리 실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간 척도의 차이: 발열은 며칠 단위, 콜레스테롤 상승은 수십 년 단위다. 같은 "증상=치유" 논리라도 시간 척도가 다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발열은 단기 화재경보다. 콜레스테롤 상승은 수십 년간 멈추지 않는 경보다. 경보가 멈추지 않을 때 — "경보는 진짜 화재의 신호다" 일 가능성과 "경보기가 고장났다" 일 가능성을 모두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그럼에도 *케토제닉(고지방·저탄수화물 식이카니보어(육식 위주 식이) 식이를 시작한 사람들이 콜레스테롤 섭취를 늘렸음에도 LDL이 안정되거나 개선되었다* 는 개별 보고는 인터넷에 다수 존재한다. 이것이 식이 콜레스테롤 단독 효과인지, 동반된 인슐린 감소·체중 감량·만성 염증 감소의 부수 효과인지는 아직 명확히 분리되지 않았다.

6. 그래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주류와 비주류, 어느 쪽이 옳은가에 답하기는 이르다. 다만 양쪽을 진지하게 검토한 외과 임상의 입장에서 다음 정도는 말할 수 있다.

주류가 분명히 옳은 부분

    평생에 걸친 매우 높은 LDL 노출(특히 LDL 190 mg/dL 이상, 또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조기 심혈관 사건과 강하게 연관된다. 이건 멘델 무작위화 연구로도 일관되게 확인된다.

    이미 심혈관 사건을 겪은 환자(2차 예방)에서 스타틴의 이득은 부작용을 압도한다.

비주류 시각이 합리적 의문을 던지는 부분

    저위험 1차 예방군(심혈관 사건 이력 없는 일반인)에서 약물로 LDL을 낮추는 것의 이득이 정말 부작용을 넘어서는가?

    고령층에서 LDL을 적극적으로 낮추는 것이 합리적인가?

    LDL-C 단일 수치보다 ApoB, 입자 수, 염증, 인슐린 저항성을 함께 보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은가?

    "LDL을 약물로 낮추기" 보다 "내피 손상의 원인(고혈당, 만성 염증, 산화 스트레스)을 해결하기" 가 더 근본적인 치료 아닌가?

합리적 중도

필자의 입장은 어느 한 극단에도 서지 않는다. 다음 정도가 임상적으로 가장 합리적이라고 본다.

    LDL 단독 수치에 매몰되지 않는다. ApoB, 중성지방/HDL 비율, 인슐린 저항성, hs-CRP, 혈압을 함께 본다.

    "왜 높아졌는가" 를 먼저 묻는다. 식습관,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갑상선 기능, 스트레스 수준을 점검한다.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생활을 먼저 시도한다. 식사 패턴,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 이것만으로 LDL이 안정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래도 매우 높거나, 가족력이 강하거나, 이미 심혈관 사건이 있었다면 의료진과 상의해 약물을 진지하게 검토한다. 이 영역에서는 주류 근거가 강하다.

    식이 콜레스테롤 공포에서는 벗어난다. 음성 피드백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사람이 다수이며, 달걀·고기를 적정량 먹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LDL을 올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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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목적은 어느 한 입장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다. *"콜레스테롤 = 무조건 적"* 이라는 단일 서사가 의학계 안에서조차 만장일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알고 결정을 내리는 것과, 모르는 채 한 가지 길만 권유받는 것은 환자 입장에서 큰 차이를 만든다.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 모인 것을 보고그 소방관을 비난할 것인지, 아니면 왜 불이 났는지를 물을 것인지. 그 선택은 환자가 알고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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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 · DISCLAIMER

본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 및 의학사적 견해 소개를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어느 한 의학적 입장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본인의 콜레스테롤 수치, 가족력, 기저 질환에 따라 적용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약물 복용·식이 변경·검사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주치의와 상의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서인근 의학박사

외과 전문의  ·  건강 콘텐츠 크리에이터

의학 48 · 외과 43 · 항문외과 33. 수술실에서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진짜 건강'을 연구합니다. 우리 몸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깨우는 생화학적 통찰! 여러분의 일상을 바꿀 실질적인 건강 정보를 내 가족을 위하는 진솔한 마음으로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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