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질은 흔한 질환입니다. 성인 절반 이상이 일생에 한 번은 겪는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지요. 그런데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부끄러워서요.
특히 여성 환자분들, 그리고 의외로 의료계에 종사하는 분들조차도 이 부분에서 망설입니다. 통증이 심해지고 출혈이 반복되어도 "조금만 더 참아보자"며 시간을 끌다가, 결국 더 큰 불편을 안고 오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부분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수치심은 단순히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의 치료를 가로막는 실제적인 장벽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배려 하나가 만드는 차이
저희가 치질수술을 할 때는 대부분 국소마취로 진행합니다. 항문과 그 주변만 마취되기 때문에, 환자는 의식이 또렷한 상태로 수술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더더욱 수술실에서의 "노출감"이 환자에게 부담이 되곤 합니다.
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희가 사용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환자분께 면 팬티를 착용하시게 한 뒤, 수술에 필요한 항문 부위만 보이도록 작은 구멍을 만들어 드립니다. 그 외의 예민한 주변 부위는 의료용 테이프로 자연스럽게 가려 드립니다. 수술에 필요한 시야는 충분히 확보되면서도, 환자분 입장에서는 "내가 다 드러나 있다"는 느낌이 훨씬 줄어듭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환자분들의 표정이 분명히 달라집니다. 긴장이 풀리고, 호흡이 안정되고, 수술 중에도 훨씬 편안하게 임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같은 병원 간호사들의 선택
이 방법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따로 있습니다.
매일 수술실에서 함께 일하는 저희 병원 간호사들 중에서도, 치질 증상으로 고민하면서도 "동료 앞에서 수술받는 것이 부끄럽다"며 미루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 면 팬티 방식을 적용한 후로는, 두려움 없이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간호사가 여러 명 있었습니다.
매일 수술 현장을 지켜보는 의료인조차 망설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 망설임이 작은 배려 하나로 해소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일반 환자분들께도 의미 있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부끄러움보다 건강이 먼저입니다
치질은 방치할수록 치료가 까다로워질 수 있는 질환입니다. 수치심 때문에 시기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환자분의 마음을 지켜드리는 것 또한 진료의 일부라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망설여지신다면, 부담 없이 상담만이라도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본 글은 치질 및 항문질환에 대한 일반적인 의학 정보와 진료 환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환자 개개인의 증상, 병변의 종류와 중증도, 기저질환 및 전신 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법과 마취 방식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 글에서 소개한 수술 환경 조성 방법(면 팬티 활용 등)은 저자가 진료 현장에서 적용해 온 방식 중 하나이며, 모든 의료기관이나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표준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 결정은 반드시 외과 전문의와의 직접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본 글의 내용은 전문가 진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