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교육 자료
같은 상처인데 왜 통증은 사람마다 다를까?
치질(항문) 수술 후 통증을 이해하는 3가지 열쇠
치질 절제 수술 후 — 통증은 어느 정도인가요?
개인차가 매우 큽니다. 같은 수술이라도 환자의 통증은 아래처럼 넓은 폭으로 나타납니다.
| 통증 정도 | 환자의 모습 |
| 거의 없음 | “수술 안 한 것 같아요. 언제 했어요?” |
| 경미 | 곧바로 웃고 이야기하며 방 안을 자연스럽게 움직임 |
| 비교적 약함 |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참을 만하고, 오히려 재거해서 시원해요” |
| 다소 심함 |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을 1일 최대 용량으로 복용 |
| 더 심함 | 경구 트라마돌이 필요한 정도 트라마돌(오피오이드 계열, 국내 비마약류) |
| 심함 |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 조절되는 정도 |
| 아주 심함 | 주사를 반복해도 아파 통증조절장치(PCA)를 며칠간 유지 |
※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1일 최대 4,000mg(1,000mg을 하루 4회)은 성인 기준 상한입니다.
다른 감기약·복합 진통제와 중복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음주 습관이나 간기능 저하가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하세요.
| 흥미롭게도, 통증이 무서워서 미리 통증조절장치(PCA)를 달아 두는 분도 있습니다. 같은 수술인데 통증 경험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열쇠는 세 가지입니다. |
치질 수술 후 통증을 이해하는 3가지 열쇠
수술이 똑같이 잘 끝났는데도, 어떤 분은 “생각보다 견딜 만했다”고 하고 어떤 분은 “너무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 차이는 ‘상처의 크기’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통증은 단순한 ‘아픈 감각’ 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 통증의학의 고전적 모델(Melzack & Casey, 1968)은 통증을 감각 · 정서 · 인지 세 차원으로 설명합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
통증을 만드는 3가지 요소
| 요소 | 무엇인가 | 항문수술에서의 예 |
| 감각 | 통증의 위치·강도·성질 (실제 자극) | 배변 시 찢어지는 느낌, 화끈거림, 압박감 |
| 정서 | 통증에 동반되는 불쾌·불안·공포 | “또 아프면 어떡하지”, 첫 배변에 대한 두려움 |
| 인지 | 통증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 “회복 과정이구나” vs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닐까” |
1. 감각적 요소 —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아픈가”
통증의 위치, 강도, 성질입니다. 찌르는 듯한, 욱신거리는, 화끈거리는, 묵직한 느낌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항문수술에서는 배변 시 찢어지는 느낌, 화끈거림, 압박감이 대표적입니다. 이것은 상처에서 올라오는 ‘실제 자극’입니다.
2. 정서적 요소 — “괴롭다, 불쾌하다, 무섭다”
같은 자극이라도 불안·공포·우울·긴장이 크면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뇌가 통증을 처리하는 정상적인 방식입니다. “또 아프면 어떡하지”, “첫 배변이 너무 무섭다” 같은 반응은 항문질환에서 매우 흔하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3. 인지적 요소 — “이 통증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같은 통증도 “회복되는 과정이구나”라고 이해하는 경우와 “수술이 잘못된 건 아닐까”라고 받아들이는 경우는 경험이 전혀 다릅니다. 통증에 대한 이해·예상·의미 해석이 통증 경험 자체를 바꿉니다.
왜 항문수술에서 특히 중요할까
항문은 매우 민감한 부위이고, 세균이 많은 대변이 매일 상처 부위를 지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긴장과 불안이 동반되기 쉬워, 실제 상처 크기에 비해 통증의 ‘불쾌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핵심: 불안과 긴장은 항문 괄약근을 더 조이게 만들고, 이는 다시 통증을 키웁니다. ‘아플까 봐 두렵다 → 긴장한다 → 더 아프다’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연구는 무엇을 보여주나
• 수술 후 통증은 보통 1~2일에 가장 심하고 4~5일경 크게 줄어듭니다. 즉, 가장 힘든 시기에는 ‘끝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위로가 됩니다.
• 수술 전 불안이 높은 환자는 수술 후 ‘높은 통증’을 경험할 가능성이 약 3배가량 높았습니다.
• 수술 전 우울 역시 수술 후 더 높은 통증 점수와 연관되었습니다.
• 통증을 파국적으로 해석하는 경향(‘통증 파국화’)은 수술 후 통증 강도를 예측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다시 말해, 정서·인지를 다스리는 것은 ‘기분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통증을 줄이는 의학적 전략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감각을 줄이기
• 처방된 진통제는 ‘아픈 다음’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합니다.
• 항문 세척과 건조, 충분한 수분 섭취, 그리고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으로 회복을 돕고, 변비와 설사를 모두 예방합니다. 변비는 굳은 변이 상처에 물리적 타격을 주고, 설사는 세균이 많아 감염 위험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정서를 다스리기
• 배변 직전 천천히 숨을 내쉬며 괄약근의 힘을 빼는 연습을 합니다. 긴장을 풀면 통증이 줄어듭니다.
• 불안이 클 때는 혼자 참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립니다. 불안 자체가 치료의 대상입니다.
인지를 바꾸기 — 예측 가능성 갖기
• “며칠째가 가장 아프고, 언제부터 나아지는가”를 미리 알아두면 같은 통증도 덜 위협적으로 느껴집니다.
• 첫 배변에 대한 두려움이 큰 분에게 제가 가끔 “겁내지 말고 평소처럼 힘주어 보세요”라고 권하면, “정말 안 아프게 나오네요” 하며 두려움이 풀리고 실제로 덜 아파하는 분이 많습니다. 물론 무엇을 해도 몹시 아픈 분도 있습니다. 이런 분 중에는 두려움·불안·긴장이 끝내 풀리지 않아 아픈 경우가 많아, “목욕물처럼 따뜻한 물(세숫대야나 욕조)에 담근 채로 배변해 보세요”라고 권하면 통증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수술 후 청결과 건조, 충분한 물과 영양 섭취, 심호흠(복식호흡), 스트레스 불안 해소 등은 통증 감소에 크게 도움을 줍니다.
필자의 임상 경험 — 통증은 느끼되, 괴롭지 않을 수 있다
필자는 통증의 괴로움에 개인차가 현저히 큰 경우를 세 번 경험하였다.
첫 번째는 인턴 시절 응급실에서다. 손등이 칼에 베인 열상 환자가 왔는데, 마취 후 봉합하려 하자 환자가 마취 없이 봉합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할 수 없이 마취하지 않고 봉합하는 동안, 환자는 전혀 괴로운 기색이 없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항문 수술에서다. 환자가 마취 없이 수술해 줄 것을 요청하였는데, 항문은 매우 예민한 부위여서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수술하는 내내 환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이 경우들은 환자가 통증을 ‘느끼되 괴로워하지 않는’ 상태였다고 판단된다.
이는 병적인 ‘통증 무감각증(pain asymbolia)’과는 다르다. 무감각증은 뇌 손상 등에서 비롯되는 상태이지만, 위 환자들은 뇌가 정상인 사람들이었다. 다만 불안이 없고, 스스로 ‘내가 선택했다’는 통제감을 가졌기에, 감각과 괴로움이 갈라지는 일이 마음의 힘으로 일어난 것이다. 통증의 ‘감각’과 ‘괴로움’이 본래 분리될 수 있음을, 이 환자들이 몸소 보여 준 셈이다.
| 통증은 느끼지만 괴롭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서와 인지입니다. |
기억할 문장
| 통증은 상처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감각 + 불안 + 해석이 함께 ‘통증 경험’을 만듭니다. |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위한 교육 자료이며, 개별 진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통증이 예상보다 심하거나 발열·심한 출혈 등이 동반되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문헌
[1] Melzack R, Casey KL. Sensory, motivational, and central control determinants of pain: a new conceptual model. In: The Skin Senses. 1968. (통증의 감각·정서·인지 3차원 모델)
[2] Psychological states could affect postsurgical pain after hemorrhoidectomy: a prospective cohort study. PMC9852767. (수술 후 통증은 1~2일 정점, 4~5일 감소; 수술 전 우울과 통증 연관)
[3] Pain Trajectory after Short-Stay Anorectal Surgery: A Prospective Observational Study. PMC10052694. (높은 불안과 높은 통증 경로의 연관, OR 3.26)
[4] Preoperative anxiety and catastrophizing: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ubMed 22760489. (불안·통증 파국화와 수술 후 통증)
[5] Strategies to Reduce Post-Hemorrhoidectomy Pain: A Systematic Review. PMC8955987. (수술 후 통증 감소 전략)
서인근 의학박사
외과 전문의 · 건강 콘텐츠 크리에이터
의학 48년 · 외과 43년 · 항문외과 33년. 수술실에서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진짜 건강'을 연구합니다. 우리 몸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깨우는 생화학적 통찰! 여러분의 일상을 바꿀 실질적인 건강 정보를 내 가족을 위하는 진솔한 마음으로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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